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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와 모디의 만남, 모디와 잔느의 만남

 강렬한 그림을 좋아하는 내게 모딜리아니가 자리 잡기까지는 여러 번의 만남이 필요했다. 엽서, 책갈피, 카페의 벽에 걸린 액자 속의 모딜리아니의 여인들은 우울을 먹고 웃자란 식물 같았다. 모딜리아니라는 이름이 주는 어감은 그림에 잘 스며들어, 화폭에 닿았을 애상에 젖은 그의 물감을 어렴풋이 짐작케 했다.

 그러한 희미한 이미지였던 모디. ‘모딜리아니와 잔느’ 전시를 통해 그의 반쪽이었던 잔느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모디의 반쪽 밑그림이 온전히 완성되었고, 앤디 가르시아가 분한 ‘모딜리아니’라는 영화를 통해 섬세하고 여린 남자로 짐작했던 모디의 호방한 보헤미안적 색채를 확인했다.

 나의 이러한 문화적 만남은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만남이 남긴 흔적의 어느 작은 지류쯤 될까? 내 마음 속 그들의 물길이 머문 자리에서 이렇게 거친 손을 씻는 일이 욕될지라도, 헛될지라도 물길에 또 다른 물길을 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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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 모딜리아니와 잔느,

앤디 가르시아의 몰입된 연기는 모디의 실상을 전복할 정도로 강렬했고,

엘자 질버스테인은 잔느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담아내기에 다소 이질적인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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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닮은 듯 다른 듯

 영화에선 전혀 반영되지 않았지만, 잔느 또한 재능 있는 화가였다. 잔느가 모디의 예술적 영감의 대상이었다면 모디는 잔느의 예술적 스승이었다. 모디의 구도와 색채가 잔느의 그림에도 오마주로 고스란히 베어나지만, 그녀만의 독립된 자의식 또한 모디의 막을 뚫고 그녀의 그림에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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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을 받치는 좌대처럼 얼굴을 받드는 길고 비스듬한 목과 전체적인 구도가 흡사하다.

그리고 여러 그림들에서 같은 모델을 두고 그린 그림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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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는 미완성작으로 오해할 만큼 화폭 하단을 허술하게 그려, 얼굴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반면,

잔느는 배경 또한 인물 못지않은 비중을 두고 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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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인들이 그를 사랑하고 모델을 자처하여, 젊고 매력적인 여인이 많이 등장하는 모디의 그림에 반해,

잔느의 그림에는 모디의 그림에는 등장하지 않는 노인도 등장한다.

3. 빛과 그림자

 14살의 나이차를 뛰어넘은 모디와 잔느의 사랑, 여성과 술과 마약에 탐닉한 모디의 방탕한 생활에도 잔느는 그의 예술과 열정을 바라봤다. 남프랑스에서의 행복했던 시간, 그들의 색채도 햇살을 받아 밝아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방탕해진 모디는 2년이 채 못 되어 파리로 돌아오고 병약한 몸과 아이조차 양육하기 힘든 생활고로 고통 받는다.

 비극이 내제된 사랑은 그 어둠의 밀도만큼 아름다움의 깊이를 갖는 것 같다. 모디의 시선이 잔느의 영혼 깊숙이 미치며 잔느는 그의 가장 훌륭한 모델이 되었고, 그를 사랑하고 포용하는 슬픈 잔느의 초상화를 통해 우리는 더 깊은 모디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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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는 젊고 아름다운 잔느를 밖에 드러내는 것을 주저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잔느의 폐쇄성은 짙어졌고 그러한 분출구로 잔느의 그림에는 문이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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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에서 모디와 잔느가 함께 그린, 손을 꼭 잡은 그림에서 그들의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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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함께 영원 속으로 침몰하다.

 병세가 악화되던 모디가 입원 3일 후 35세로 생을 마감하고, 48시간이 채 안되어, 8개월 된 아이를 임신한 잔느는 친정집 아파트 5층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다. 잔느 가족의 반대로 10년이 흐른 뒤에야 두 사람의 시신이 함께 잠들게 된다.

 사랑 뒤에 남는 것은...? 사랑 뒤엔 추억이 남는다는 허무한 말이 가장 흔한 답이지만 모디와 잔느가 남긴 사랑의 유산은 아직도 우리에게 구체적 물질로 남아 파문을 전하며 시공간을 넘는다. 약 3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서로의 영혼에 큰 흔적을 남겼고, 아이를 낳았고, 천재적 작품을 남겼고, 비극적 신화를 남겼고, 나까지 서툰 필력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적어내리며 파문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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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는 병중에도 자신을 강한 남성적 이미지로 드로잉하지만,

잔느는 병든 그를 모성애가 담긴 시선으로 약한 아기처럼 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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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느는 그에게 죽음이 가까워 옴을 감지하고,

그의 손을 잡은 채 검은 고양이가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그를 지켜주려 하고 있는 모습이라 해석되는 작품이다.

5.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바다를 그리는 나.

 아직은 내게 ‘사랑’을 주제로 생각하고 담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을 이해하기에 내 사랑의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모디와 잔느 또한 감수성 풍부한 한 여류 작가의 비극적 소설을 읽듯 실감이 나지 않는다. 몇 번이고 ‘실제 있었던 사실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감상했던 것 같다. 그 한 마디는 내게 그들의 사랑의 풍경이 얼마나 생경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 아직은 모딜리아니의 구도와 색감, 그리고 앤디 가르시아의 연기를 관찰할 뿐, 가장 핵심적인 주제인 ‘사랑’을 나는 가슴으로 읽지 못하고 있다. 양파 까며 흘린 눈물처럼 씨가 달아난 느낌. 겉만 핥은 느낌. 모디와 잔느의 여집합에서 배회하는 내가 그들의 교집합을 만질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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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Besides
-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영화의 또 다른 묘미는 피카소, 수틴, 디에고 리베라, 키슬링, 우트리오, 르느와르 등의 화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중 피카소가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그는 모디의 예술적 동료이자 앙숙으로 그들의 대결구도가 영화에 다소 과장되게 표현되며 피카소는 오만하고 세속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피카소 전기라도 읽어본 뒤로 피카소에 대한 판단은 미뤄두어야 할 것 같다. 영화를 통해 피카소가 임종 직전에 모딜리아니의 이름을 속삭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딜리아니의 천재성에 불을 달군 또 하나의 인물 피카소, 피카소가 죽는 순간까지 잊지 못한 모딜리아니. 견고한 우주와 우주의 만남이 적요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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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보러가기: http://blog.naver.com/zoomstory/110027550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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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0 21:46 2008/02/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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